사우나의 절반은 '함께'다
사우나 이야기

사우나의 절반은 '함께'다

Team 스콜라2026년 10월 24일4

사우나가 몸에 좋은 이유의 절반은 열이 아니라 '함께 있다는 감각'일지도 모른다. 2026년 영국 연구진이 사우나 이용자 1,907명을 조사해 내놓은 결론이다.

우리는 정말 열 때문에 사우나에 갈까

2015년, 사우나 연구의 고전으로 꼽히는 핀란드 연구가 미국 의학 학술지 JAMA Internal Medicine에 실렸다. 사우나를 자주 하는 남성일수록 심혈관 사망 위험이 낮았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논문에 붙은 편집장 사설은 흥미로운 질문을 던졌다. 그들이 오래 산 이유가 뜨거운 방 때문인지, 휴식 때문인지, 여유로운 삶 때문인지, 아니면 사우나에서 함께한 시간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11년 뒤, 그 마지막 가능성을 정면으로 파고든 연구가 나왔다.

1,907명의 사우나 이용자에게 물었다

연구를 이끈 사람은 그리니치대 생애발달연구소와 옥스퍼드대 사회통합연구센터에 몸담은 마사 뉴슨(Martha Newson) 박사다. 공동 연구진에는 런던 인터디시플리너리 스쿨, 켄트대 연구자와 영국사우나협회(British Sauna Society)가 함께했다. 결과는 2026년 2월 사회과학·의학 분야 학술지 Social Science & Medicine 394권에 실렸다.

연구는 세 갈래로 진행됐다.

  • 연구 1·3: 같은 사람들을 시간 간격을 두고 추적하는 종단 연구
  • 연구 2: 한 시점에 여러 사람을 조사하는 횡단 연구
  • 연구 3: 사우나를 '의식(ritual)'으로 느끼는지, 함께 있는 사람들과 감정이 맞물리는 경험을 하는지까지 측정

연구진이 주목한 개념은 '사우나 정체성'이다. 내가 사우나 커뮤니티의 일원이라고 얼마나 강하게 느끼는지를 뜻한다.

핵심은 '소속감'

결과는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사우나를 다닐수록 정서적 웰빙이 올라갔다. 추적 연구 두 편 모두에서 시간이 지나며 정서적 웰빙이 높아졌다.

둘째, 사우나 커뮤니티에 소속감을 강하게 느낄수록 몸도 마음도 좋아졌다고 답했다. 사우나 정체성이 강한 사람일수록 신체적·정서적 웰빙이 모두 나아졌다고 응답했다.

셋째, 그 소속감은 '의식'과 '감정의 동기화'에서 자랐다. 사우나를 하나의 의식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있는 사람들과 같은 순간을 공유한다고 느낄수록 소속감이 강했다. 소속감이 가장 높은 사람들은 의식 경험도 가장 풍부하다고 답했다.

이용 빈도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었다. 매주 가는 사람은 신체적 웰빙이 높았고, 한 달에 한 번만 가도 기분과 정서적 웰빙은 좋아졌다. 효과의 크기는 매주 갈 때 더 컸다.

연구진이 그린 경로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1. 함께 같은 의식을 치른다 (같은 시간에 땀 흘리고, 같은 순서로 냉탕에 들어가고)
  2. 감정이 맞물리는 순간을 경험한다
  3. '나는 이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소속감이 생긴다
  4. 그 소속감이 몸과 마음의 웰빙으로 이어진다

뉴슨 박사의 말을 빌리면, 사람들은 열 때문만이 아니라 공동체 때문에 사우나에 간다. 함께 땀 흘리면 왜 건강해질까

이 연구의 뼈대는 사회심리학의 '사회적 치유(Social Cure)' 모델이다. 사람은 어떤 집단에 속해 있다고 느낄 때 정신적·신체적으로 더 건강해진다는 이론이다. 소속감은 스트레스를 완충하고, 의미와 지지를 주고, 삶을 지탱하는 정체성이 된다.

그동안 이 모델은 주로 합창단, 스포츠 팀, 지역 모임 같은 활동에 적용돼 왔다. 뉴슨 박사팀은 이를 사우나로 넓혔다. 사우나가 개인의 웰니스 습관이 아니라 소속감을 길러주는 사회적 허브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의식'이라는 렌즈가 더해진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사람들이 함께 같은 의식을 치를 때 생기는 일체감을 '집합적 열광'이라 불렀다. 이후 심리학 연구들은 같은 동작을 같은 리듬으로 함께 하는 경험이 유대감과 협력을 높인다는 것을 반복해 보여줬다. 사우나는 이 조건을 거의 완벽하게 갖춘 공간이다.

  • 모두가 같은 온도를 견딘다
  • 비슷한 순서를 따른다 (땀 빼기, 냉탕, 휴식, 다시 반복)
  • 옷과 직함과 휴대폰을 내려놓는다
  • 유럽 사우나의 '아우프구스(aufguss)'처럼 한 사람이 뜨거운 증기를 부채질하고 모두가 같은 순간 열기를 맞는 의식도 있다

연구진도 아우프구스 같은 공동 의식을 웰빙을 높이는 사례로 들었다. 같은 순간, 같은 열기, 같은 숨 고르기. 이것이 연구가 말한 '감정의 동기화'다.

목욕은 원래 함께 하는 것이었다

사실 이 결론은 새롭지 않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함께 씻고, 함께 땀 흘렸다. 고대 그리스, 스콜레. '스콜라(schola)'의 어원인 그리스어 스콜레(σχολή)는 원래 '여가, 쉼'을 뜻했다. 일하지 않는 시간에 모여 대화하고 사색하던 것이 배움이 됐고, 그 말이 훗날 '학교'가 됐다. 플라톤의 아카데메이아와 아리스토텔레스의 뤼케이온은 원래 목욕 시설이 딸린 체육장(김나지온)이었다. 고대 로마, 목욕탕 안의 스콜라. 로마의 대형 공중목욕탕 테르마이에는 도서관과 정원, 담소를 나누는 공간이 있었다. 건축가 비트루비우스는 『건축십서』에서 온탕실 대야가 놓인 반원형 공간을 '스콜라'라고 불렀다. 사람들이 기다리며 머무는 곳이라 넉넉하게 지으라고 적었다. 목욕탕 한가운데에 '머무는 자리'가 있었던 셈이다. 핀란드, 사우나. 핀란드 사우나 문화는 202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올랐다. 가족과 이웃이 함께 하는 사우나는 핀란드인에게 씻는 곳 이상의 사회적 공간이다. 일본, 센토. 일본에는 '하다카노 쓰키아이(裸の付き合い)', 즉 '맨몸의 사귐'이라는 말이 있다. 동네 공중목욕탕에서 지위와 체면을 벗고 터놓는 관계를 뜻한다. 문화는 달라도 공식은 같다. 뜨거운 공간, 벗은 몸, 반복되는 순서, 그리고 옆 사람.

한국 찜질방은 원조 소셜 사우나다

영국에서 '공동체 사우나'가 새로운 웰니스 트렌드로 떠오르는 동안, 한국은 이미 수십 년째 그걸 해오고 있었다. 연구가 말한 세 가지 조건을 한국 목욕탕과 찜질방에 대입해 보면 놀라울 만큼 잘 맞는다.

의식. 한국 목욕탕에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모두가 아는 순서가 있다. 샤워하고, 온탕에 몸을 불리고, 열탕에서 버티고, 냉탕에서 숨을 들이켜고, 다시 온탕. 그리고 마지막은 때밀이. 찜질방에선 불가마, 소금방, 얼음방을 도는 코스가 있고, 끝은 식혜와 맥반석 계란이다. 수건으로 만든 양머리까지, 이건 그 자체로 하나의 의식이다.

감정의 동기화. 열탕에 같이 들어간 낯선 사람과 "어우" 하고 동시에 내뱉는 탄성. 불가마 문을 열고 나와 같은 타이밍에 쉬는 한숨. 연구가 말한 '같은 순간을 공유하는 느낌'은 한국 목욕탕에서 매일 일어난다.

소속감. 한국 목욕탕 문화의 상징 같은 장면이 있다.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등을 밀어주는 모습이다. 찜질방은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친구들이 밤새 수다를 떨고, 동네 어르신들이 안부를 나누는 사랑방 역할을 해왔다. 단골 목욕탕의 세신사와 매일 마주치는 얼굴들이 만드는 작은 공동체도 있다. 영국 연구진은 사우나 운영자에게 시사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식으로 바꿔 말하면 이렇다. 좋은 목욕탕과 찜질방은 시설이 아니라 분위기로 기억된다. 사람들이 다시 찾는 이유는 물 온도만큼이나 그 공간에서 느끼는 편안한 소속감일 수 있다.

외로움의 시대, 사우나가 처방전이 될까

지금 영국은 사우나 붐이다. 영국사우나협회가 운영하는 사우나 지도에 등록된 공공 사우나만 600곳이 넘는다.

흥미로운 건 이 흐름이 공중보건과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에는 의사가 약 대신 지역 활동이나 모임을 처방하는 '사회적 처방(social prescribing)' 제도가 있다. 연구진은 사우나가 이 사회적 처방의 수단이 될 잠재력이 있다고 봤다. 런던의 비영리 공동체 사우나 '커뮤니티 사우나 배스'는 실제로 사회적 처방을 받은 사람들에게 무료 이용권을 제공하고 있다. 이곳이 2025년 자체 이용자 설문을 해보니 87%가 사우나에서 소속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질문이 시작됐다. UCSF(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는 '오프라인 연결과 진정성 있는 삶을 위한 사우나(SOCIAL)'라는 이름의 임상연구를 2026년 4월 시작해 참가자를 모집 중이다. 완료 예정은 2027년 3월이다.

한국도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1인 가구가 늘고, 대화는 메신저로, 휴식은 혼자 화면 앞에서 하는 시대다. 휴대폰을 사물함에 넣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목욕탕과 찜질방은 어쩌면 몇 안 남은 '강제 오프라인' 공간이다.

이 연구를 읽을 때 알아둘 것

좋은 이야기일수록 정확하게 전해야 한다. 이 연구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 자기 보고 기반이다. 웰빙 개선은 참가자 스스로 답한 것이다. 혈압이나 혈액 검사처럼 객관적으로 측정한 수치가 아니다.
  •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않는다. 사우나 덕분에 건강해진 건지, 원래 여유 있고 사교적인 사람이 사우나를 즐기는 건지는 이 연구만으로 가를 수 없다.
  • 영국 이용자 대상이다. 영국의 공동체 사우나는 한국 목욕탕과 분위기가 다르다. 한국 이용자에게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 협회가 참여한 연구다. 영국사우나협회가 공동 연구자로 참여했다는 점도 함께 알아두면 좋다. 그래서 "사우나에 같이 가면 건강해진다"가 아니라 "함께하는 사우나 경험이 웰빙과 연관돼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가 정확한 표현이다.

다음에 찜질방에 간다면

2015년 그 편집장은 이유가 무엇이든 사우나에서 보낸 시간은 잘 쓴 시간이라고 결론 내렸다. 11년이 지나 우리는 그 이유 중 하나를 조금 더 알게 됐다. 옆에 앉은 사람이다. 그러니 다음에 찜질방에 간다면 혼자 휴대폰 대신 누군가와 함께 가보자. 오랜만에 부모님과, 친구와, 아이와. 같은 열기를 견디고, 같은 냉탕에 비명을 지르고, 같은 식혜를 나눠 마시자. 쉼(스콜레)이 배움(스콜라)이 됐듯, 함께 쉬는 시간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남긴다.

참고 자료

  • Newson, M. et al. (2026). Sauna culture improves physical and mental wellbeing in the UK through social connection and ritual. Social Science & Medicine, 394, 119061. (그리니치대 저장소)
  • British Sauna Society — The first research into the power of collective sauna rituals
  • Sauna from Finland — New Study: Sauna Boosts Wellbeing Through the Power of Community
  • European Spa Magazine (2026.3.5)
  • Community Sauna Baths — Our Impact
  • Laukkanen, T. et al. (2015). Association Between Sauna Bathing and Fatal Cardiovascular and All-Cause Mortality Events. JAMA Internal Medicine. (편집장 사설 소개)
  • ClinicalTrials.gov — NCT07223099 (UCSF SOCIAL)